전사(戰史)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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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타일론
[무용담/21기]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서간록 (2)

  다음은 제 21은하기의 우주력 21년 4월 첫째 주부터 5월 셋째 주까지의 편지다.



호민관의 편지- 5. 참으로 교활한 자요, 프린켑스 카르는.


  콰이스토르 메이어가 새 법안을 제출했소.
  난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작정이었소.(*주1,2)

  주1: 프린켑스 속주, 원로원 속주에서 밀을 각출하여 군단에 공급을 확대할 것, 플레비스에 대한 세금 감면을 골자로 한 법안이었다.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했던 다른 법안과는 확연히 차별화 되는 이 법안으로, 메이어는 평민층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평민집회에선 호민관 전원이 찬성을 표하기도 했다.

  주2: 양타리우스 그라쿠스는 거부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와 함께 당대에 활동한 호민관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의 편지를 보면, 양타리우스는 연내 발의된 법안의 8할 이상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후세의 정치가들에겐 ‘이상주의자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이유의 표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러나 법안을 보고 놀랐다오.
  원로원 의원 중에 이 정도로 플레비스의 실정을 아는 자가 있었다니.

  플레비스를, 나아가 공화국을 위한 법안이었소. 이런 법안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봤소.
  도저히 반대할 수가 없더군.

  프린켑스 카르는 메이어 의원의 안을 성립시켰소.
  그러나 막시밀리아나 법이 아닌, 골덴바움니우스 법으로 남을 거요. 몇 가지 사항을 수정하여 공표했거든.(*주3,4)

  주3: <은하제국>에선 법에 발의자의 이름이나 성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동성도착자 처벌에 관한 사쿠라나 법’이라든지 ‘탈모와 네 손가락 기형 보상에 관한 호머우스 심스니오 법’ 등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너무 긴 이름의 법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수사 당국의 체포 활동에 따른 영역 침범을 일시 허용하는 하밀카르 기버누미우스 법’은 줄여서 ‘수영하기법’이라 불렸다고 한다.

  주4: 카르는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평을 받았던 메이어의 법안을 강화시켜 공표했다. 이 때문에 일부로부터 공을 가로채려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기존 안보다 의원들의 부담이 늘어났소. 내가 보기에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소.

  프린켑스 카르의 의도는 분명해졌소.
  그는 플레비스를 등에 업고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할 작정이오.
  공화국의 미래 따윈 그의 관심 밖이오.

  콰이스토르 메이어의 안이 현실화의 적정선을 유지했다면, 프린켑스 카르가 성립한 법은 포퓰라리타스의 극치요. 당장 민중에겐 당근이 주어질지 몰라도 훗날 공화국 자체가 무너지고 말 거요. 재정 지출을 악화시키니까.(*주5)

  주5: 포퓰라리타스는 민중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을 말한다. 황제 시대 이전에도 과두정체를 유지했던 <은하제국>은, 동시대의 <자유행성동맹>이 취하고 있던 민주정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민중의 바람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 원로원 의원들의 신념이었는데, 그래서 민중의 여론을 무기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행위는 포퓰라리타스란 비난을 받았다.
  몇몇 역사가들은 이 대목에서 양타리우스 그라쿠스의 딜레마가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호민관으로서 민중을 위해 싸운다고 했는데 다수의 민중들은 오히려 양타리우스가 적대하는 카르를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카르를 따르는 민중에 대한 정책은 포퓰라리타스의 극치고, 자신이 민중에게 행하려는 정책은 정의라는, 2중 잣대를 세우고 마는 것이다. 이 논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소논문 ‘민주정에 숨은 위선과 기만’ 참조.

  메이어 의원의 공을 빼앗으면서까지 프린켑스는 플레비스의 호감을 사고자 했소.

  하지만 난 반대할 수 없소.
  프린켑스 카르가 메이어 의원의 안의 장점을 묶어, 함께 법령화시켰기 때문이오.
  이 「사회복지와 관련한 골덴바움니우스 법」을 반대하면, 그 장점들마저 함께 사라지오. 그럼 플레비스는 나를 증오하겠지. 그들을 지키려는 나를 말이오.
  참으로 교활한 자요, 프린켑스 카르는.

  제 9군단 장병들의 운명을 들었소. 끔찍하더군.(*주6)

  주6: 우주력 21년 3월 3주차, 호안 루이가 이끄는 제 9군단은 브라운슈바이크 성계를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호안 루이는 전과가 부진한 자신의 군단병 절반을 참수했다. 이 사건은 ‘제 9군단의 참극’이라 불리며 <은하제국>은 물론 <자유행성동맹>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일에 대해선 훗날 당신과 더 얘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오.

  호안 루이 의원은 플레비스에겐 채찍과 매만 주면 된다고 역설했소.
  그는 꽤 순수했소. 다른 의원들의 특기인 위선을 부리지 않았소. 플레비스에 대한 순수한 혐오라서 더 문제지만.
  아이딜리스 로스보다 까다로운 상대요. 그저 야리우스 제의나 조용히 지내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주7)

  주7: 평민 남성들이 믿었던 로리아나, 귀족 남성들이 믿었던 누니미아, 평민 여성들이 믿었던 오라비우스, 귀족 여성들이 믿었던 쇼타리우스처럼 신자들이 선택했던 신들과는 달리, 야리우스 신은 스스로 신도를 선택하는 독특한 신이었다. 야리우스 신전엔 신분과 상관없이 오직 남성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은하제국>의 종교를 연구한 아아들어갔다 교수는 ‘크고 아름다운 물건’ 또한 야리우스 제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밝힌 바 있다.

  평민집회로 가기 직전 서둘러 써서 문장이 조악하오.
  하지만 당신을 향한 내 마음만은, 키케로와 카이사르의 글을 초월함을 알아 주시오.

  항상 당신의 안위를 기원하며.
  이만.

우주력 21년 4월 첫째 주.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P.S.
  그에겐 따로 편지를 썼소.(*주8)

  주8: 이 대목 때문에 ‘남편’이 양타리우스의 지인이었다는 설이 신빙성을 얻었다. 하지만 혹자는 ‘남편’과 ‘당신’ 모두 가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단어들을 암호라고 여기는 이들의 생각과 상통하는데, 안찰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평범한 치정글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편과 아이 소식을 묻지 않아도 너무 심려치 마시오.



호민관의 편지- 6. 프라이토르 로스는 플레비스를 무시하고 있소.(*주9)

  주9: 여기서부터의 소제목은 모두 양타리우스 본인이 직접 붙인 것이다.


  평민집회장 구석에 앉아 쓰는 중이오.
  편지가 짧아도 이해해 주시오.

  아침 무렵, 법무부 관리 하나가 광장에서 연설을 시작했소.
  민중들은 광장 복구에 관한 내용이리라 생각했지.

  아니었소.
  법무부 관리는 평민집회의 결정을 성토했소.

  군단 복무에 관한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 법은, 법무부를 혼란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악법이며, 법무부로선 지킬 의무가 없다고.(*주10)

  주10: ‘제 9군단의 참극’은 로스와 호안 루이의 갈등을 초래했다. 당시 군단장들을 통제하는 법무관이기도 했던 로스는 9군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부군단장 아무로니우스 레이무스와 군단병들을 처벌하려 들었다. 그러나 호안 루이는 이에 불복했고, 자신이 추종자인 호민관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를 조종하여 일선 군단에 대한 법무관의 통제력을 약화시켰다. 여기서 발의된 법이 ‘군단 복부에 관한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 법’이다. ‘호이짱법’이라고도 불린 이 법은, 후에 더 급진적인 조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그 악법으로도 프라이토르 로스의 위대함을 가릴 순 없으리라고.

  민중들은 분노했소.
  나도 화가 났소.

  나는 호민관 요리보고조리봐토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를 혐오하오.
  그러나 그의 제안은 평민집회의 이름으로 입법되었소. 그런데도 준수하지 않겠다니.

  우리는 법무부 관리에게 따져 물었소.
  그것이 정녕 프라이토르 로스의 뜻이냐고.(*주11)

  주11: 실제로 로스는 ‘호이짱법’을 무시하고 제 9군단에 병력을 출동시켰다. <은하제국>의 내란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이 사태는, 제 9군단이 방어에 성공하고 프린켑스 카르까지 호안 루이를 지지함으로써 어설프게나마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훗날 로스가 쿠데타를 준비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아울러 이 사태는, 적법성을 가진 하급제대와 그 하급제대에 대한 상급제대의 의사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선례를 제공했다. 당시로선 민중의 법이 존중받은 훌륭한 사례라고 여겨졌으나, 전쟁에 상대적으로 무지한 민간이 전쟁의 전문가들을 통제함으로써 효율성을 저해하는 악영향도 있었다. <은하제국> 말기에는 문민통제가 가장 악질적인 방향으로 맹위를 떨쳤고 그 결과 제국의 멸망을 초래하기도 했다.

  관리는 대답하지 않았소.
  그리고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도망치듯 광장을 떠났소.

  지금 연단에선, 요리보고조리봐토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가 광분하고 있소.
  민중의 함성이 요란하오.

  곧 대책이 마련될 거요.
  그럼 나는 평민집회의 대변인으로서 발표해야겠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소.
  당신의 가슴에 안겨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오.

  둘째가 아프다고 들었소. 쾌차를 기원하오.
  남편과 아이들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이만.

우주력 21년 4월 셋째 주.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호민관의 편지- 7.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오.
  그렇소. 나는 살아 있소.

  내가 천성적으로 얌전한 사람이라는 걸
  당신은 알 거요.

  내가 일어서는 때는
  누군가 플레비스를 밟으려는 순간뿐이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때야말로 느낄 수 있단 말이오.
  내 생명을.

  처음엔 프린켑스 카르였소.
  그의 손에서 공화정을 지키고자 일어났소.

  하지만 더한 자가 나타났소.
  지긋지긋한 실버 가문, 그 중에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카를로스 실버요.

  프린켑스 카르는 공화정체를 뒤흔들되, 나라 자체의 전통은 지키고 있소.
  그런데 카를로스 실버는 최후의 전통마저 짓밟으려 하는 자요.

  프린켑스 카르가 공화정의 교살자라면
  카를로스 실버는 공화국의 암살자라오.

  그는 평민집회에서 결정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했소.
  시정잡배의 협박이 아니오.
  무려 공권을 인정 받는 프라이토르의 선언이오.

  무법자가 군대를 다루는 판에
  어느 군대가 법을 지키겠소? 누가 그를 따르려 하겠소?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는 걸 모르니 한심하오.

  이대로 두면 레스푸블리카(공화국)는 대혼란에 빠질 거요.
  아니, 그에 앞서 플레비스부터 절멸하게 될 거요.

  한가지 희망은 있소.
  플레비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프린켑스 카르와는 달리
  카를로스 실버를 좋아하는 자는 거의 없소.

  뒤에 숨어 음모나 획책하는 인간쓰레기에게 누가 호감을 품겠소?
  자업자득이지.

  카를로스 실버를 성토하는 여론은 훨씬 쉽게 모을 수 있을 듯하오.
  다른 호민관들도, 법무부가 아닌 프라이토르 로스에 대한 반대라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겠다 했소.

  인생이란 참 우습군.
  이유야 어찌 됐든, 내가 싫어하는 폰티펙스 막시무스 호안을 돕기 위해
  싸우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오.(*주12)

  주12: 폰티펙스 막시무스는 최고제사장으로 번역된다. <은하제국>에서 종신직은 황제를 제외하면 최고제사장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르가 타일로니우스에게 황위를 이양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황제마저 최고제사장에 비하면 가변적이었다. 말년의 호안 루이는 ‘제 9군단의 참극’이 무색할 정도로 기품 있는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다.

  애초에 그래서 「군단 복무에 관한 호이루이짱드셈프로니우스 법」에 반대했던 거요.(*주13)

  주13: 양타리우스는 평민집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 이 법은 그가 직접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반대하는 법을 자신이 발표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었다.

  내 예측이 이런 식으로 증명되다니, 슬프기 짝이 없소.

  당신을 생각하며 나는 계속 싸우겠소.
  그래서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겠소…….

  그러고 보니, 며칠 전 퀸틸라우스 씨와 만났소.
  당신도 기억할 거요. 예전에 호민관이었던 그 퀸틸라우스 말이오.(*주14)

  주14: 훗날 퀸틸라우스는 <자유행성동맹>의 정보기관 FIA가 사주한 스파이였음이 밝혀진다. 이들은 경찰청장을 맡고 있던 메이어의 암살은 물론 양타리우스를 포섭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은 서로 다양한 첩보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몇몇 스파이들은 최고위층의 심장부까지 진출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자유행성동맹>의 카타리네 폰 페크니츠가 <은하제국>의 스파이였다는 주장과 그에 따른 논쟁에 대해선 소논문 ‘이제는 말할 수 있겠냐?-네 이웃을 조심하라’ 참조.

  그도 토가를 걸친 원로원 사기꾼들과 싸우고 있지.
  괜찮은 동료라고 생각하오.

  그런데 그 사람, 요즘 씀씀이가 좀 과하더군.
  만난 김에 지적했더니 퀸틸라우스 씨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대답했소.
  좋은 파트로네스(후원자)를 만났다고.(*주15)

  주15: FIA의 수장이었던 <자유행성동맹>의 칼 브라케일 가능성이 높다.

  그 파트로네스는 플레비스의 투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오.
  혹자는 동방의 왕자라고도 하고, 원로원 의원 중의 하나라고도 하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소.

  설마 동맹이라 불리는 작자들 중 하나는 아니리라 믿을 뿐이오.
  전직 호민관이 바르바리의 앞잡이 노릇을 할 정도면, 공화국의 미래는 참담하니까.
  물론… 그보다 더 참담해 지는 건 남부의 바르바리들일 테지만 말이오.(*주16)

  주16: <은하제국> 시민이었던 양타리우스도 <자유행성동맹>을 야만족이라 부르는 풍토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퀸틸라우스 씨는 나에게도 후원금을 나눠주려고 하더군. 격려의 의미라면서.
  거절했소. 아직 동료의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니었거든.

  나에겐 당신이 보내주는 믿음이 있으면 충분하오.
  부인들이나, 가장 오래된 직업을 가진 여자들이 보내오는 작은 성의는 별도로 쳐야겠지만.(*주17)

  주17: <은하제국>의 정치가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부금을 얻고 있었다. 원로원 의원들이 소수에 의한 거액 기부를 중시한 반면 호민관들은 다수에 의한 소액 기부에 의존했다.

  둘째가 호전되었다니 기쁘오. 내 기도를 로리아나께서 들어주신 모양이오.
  그의 아이나 나의 아이나, 당신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소.(*주18)

  주18: ‘당신’은 ‘남편’과 결혼할 당시 양타리우스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이 또한 암호문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언제 여유가 나면 남편과 함께 오시오.
  남편도 이곳을 좋아할 거요.

  나는 그를 반가이 맞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소.
  당신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당신의 가족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오.
  이만.

우주력 21년 5월 첫째 주.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호민관의 편지- 8. 딕타토르 카르는 빈사 상태였던 공화정에 칼날을 들이밀었소.


  당신이 보고 싶소.
  당신을 만지고 싶소.

  마음이 터질 듯하오.
  오오, 난 그때 당신을 데리고 도망쳤어야만 했어!(*주19)

  주19: 이때가 어느 시기를 말하는지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개인으로서의 양타리우스에 집중하여, ‘당신’이 ‘남편’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나무 파라고 부르고, 공인으로서의 양타리우스에 집중하여 공화정체가 파괴되던 시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숲 파라 부르기도 한다.

  미안하오.
  요즘 지쳐서 그렇소.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다오.

  걱정해 주니 기뻤소.
  이제 수도의 소요는 사그라들었소.
  제 13군단이 치안을 회복시켰지.(*주20)

  주20: 이 무렵 수도에서 로스를 지지하는 클로디우스 일파와 호안 루이를 지지하는 밀로 일파가 유혈극을 일으켰다. 안찰관 로스는 총 5만 4천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프린켑스 카르는 로스의 계획을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수도는 카르에게 충성하던 제 13군단이 진주한 다음에야 안정을 찾았다. 자세한 경과를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로스와 호민관들의 무능을 비난하고 카르를 찬양했다.
  수도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폭력 사태로 시민들의 공포를 일깨운 카르는, 큰 방해 없이 독재관에 취임했고 이로써 그의 권력은 한층 강화되었다. 많은 역사가들이 이 시점에서 <은하제국>은 실질적인 황제 시대로 돌입한 것이라 평가한다.

  제 몸을 보신하느라 도망갔던 원로원 의원들,
  그 토가 입은 사기꾼들도 돌아오는 중이라 들었소.(*주21)

  주21: 수도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자 교외에 별장을 갖고 있던 귀족계급과 기사계급은 앞 다투어 피신했다. 폭도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 했던 평민들은 원로원을 더욱 불신하게 되었다. 이는 과두정을 끝내고 제정을 주도하던 카르의 의도와 일치했다.

  애꿎은 플레비스들만 피와 눈물을 흘려야 했소.
  끊임없이.

  더 말해 무엇하겠소.
  프린켑스 카르가 이빨을 드러냈소.

  그는 이번 사태를 희생양 삼아 딕타토르가 되었소.(*주22)

  주22: 독재관으로 번역되는 딕타토르는 아우구스투스 체제가 등장하기 전까진 절대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다. 평민집회의 거부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프린켑스와는 달리 독재관의 명령은 아무도 거부하지 못했다.

  플레비스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호민관들도 마찬가지였소.
  평민집회는 즉각 지지를 선언했지.(*주23)

  주23: 평민집회까지 실질적으로 카르의 지배에 놓여 있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어찌됐든 프린켑스, 아니, 딕타토르 카르의 힘으로 소요가 끝난 건 사실이니까.(*주24)

  주24: 양타리우스는 로스의 신속한 조치를 방해한 것이 카르였음을 죽는 날까지 몰랐던 것 같다.

  그러나 그로 인해 더 큰 사태가 닥칠 것임을 다들 모른다오.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을 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오.

  딕타토르 카르는 빈사 상태였던 공화정에 칼날을 들이밀었소.
  최후의 멱을 따기로 결심한 듯하오.

  딕타토르가 딕타토르 페르페투아가 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소?(*주25)

  주25: 딕타토르 페르페투아는 종신독재관을 뜻한다. 공화정 시대의 독재관은 최대 6개월 한정의 임시 비상직이었지만 카르는 결국 이를 종신으로 변질시켰다. 지구시대 로마란 집단의 어떤 대머리 지배자(그의 이름은 소실되어 알려져 있지 않다)가 한 행동을 흉내 낸 것이란 설이 있다.

  아니면…그가 정말 스스로 말한 대로 절대권력을 내놓을 수 있는지 목도할 생각이오.

  혹시 프린켑스란 명예직만 넘기고,
  딕타토르로서 계속 배후 조종을 벌일 작정일까?(*주26)

  주26: 훗날 타일로니우스에게 양위한 것으로 보아 카르는 이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던 듯하다. 오히려 양타리우스가 걱정한 수법은 황제가 된 타일로니우스가 활용했다.

  오오, 지금은 너무 혼란스럽소.
  한 치 앞을 모르겠소.

  그래서 하나만 기억하려고 하오.
  그것만 안 잊으면 된다오.

  당신을 사랑했었고
  사랑하며,
  사랑할 것임을.

  이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플레비스보다도, 공화국보다도, 더!(*주27)

  주27: 양타리우스가 개인의 안위보다 국가의 미래를 더 걱정했다고 믿는 숲 파들은, 이 대목이 후세의 창작이라 주장한다.

  둘째의 완쾌를 축하하오.
  로리아나께 얇은 종이를 봉양해야겠소.(*주28)

  주28: 로리아나 제의가 얇은 종이를 불에 태우는 의식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추측은 앞서 밝힌 바 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안부 전해 주시오.
  이만.

우주력 21년 5월 셋째 주.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호민관 양타리우스 그라쿠스 서간록, 제 3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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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8:43:23->2008-11-06 04:48:12(1회 수정)
라인하르트   2008-07-04 00:22:41  

아아들어갔다 교수.......

종이에 대한 변명은 항시 빼놓지 않는 게로군. 흘

양 타일론   2008-07-04 08:50:52  

핵심을 짚으시는 카이저의 능력엔 항상 감탄하고 있습니다. (...)

아이제나흐   2008-07-04 09:48:23  

'태운다' 라고 쓰고 '땀을 닦을 때 썼다'는 기록은 뭘까요...그리고 그것이 정녕 땀이었을까요...

칼황태자   2008-07-04 20:03:31  

맞소..카르는 공화정의 교살자이며 로마제국軍의 代父가 되고 싶었소..종신 임페라토르가 되고싶었소..^^

양 타일론   2008-07-04 22:41:39  

에르// 그에 대해선 사료가 더 밝혀지는대로...;;;

카르// 그...그러셨군요.(쿨럭)

카를로스   2008-07-04 23:19:30  

역시 그 때 강하게 나갔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

양 타일론   2008-07-10 00:41:19  

더 강하게라...(덜덜덜)

호안 루이   2008-07-25 00:29:37  

뭐...학자도 인간이니;;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게되는건 어쩔 수 없나보군요^^;; 이쪽 세계의 학회도 파벌 싸움이 격렬한가 봅니다^^;;
그나저나 아아들어갔다 교수 의외로 야리우스 제의의 신비를 잘 알고 있는걸 봐서는 당시까지 남아있던 야리우스교의 숨은 신도일지도 모르겠군요=ㅅ=;

양 타일론   2008-07-28 17:37:14  

음음. 꽤 광범위하게 위상을 떨친 야리우스 교이니... 그 전통이 이 시대까지 전해지지 못했으리란 법도 없죠. 밀교가 되어서요. 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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